2010년 4월 26일 월요일

10년 동안 사용한 컴퓨터와 이별한 날...

10년 전 조립해 지금까지 사용했던 정들었던 컴퓨터가 드디어 오늘 생을 마감했다.
몇 일 전부터 조짐이 않좋더니, 데이타 복사를 복사하고 난 후, 이제는 더이상 아무런 신호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 놈도 그동안의 정이 있었는지 데이타 복사하는 동안은 무사히 버텨줬다.
10년 동안 연결되어 있던 모니터 케이블과 키보드, 마우스, 전원선을 제거하고 덩그러니 남아있는 케이스를 보니, 케이스 이름이 millennium이다. 10년 동안 봤으면서도 그놈 케이스의 이름을 처음으로 읽어본 것 같다.

millennium(오늘 이름을 지어줬다)은 신형 컴퓨터에 밀러 방 구석에 조그마한 모니터를 차지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브 컴퓨터로 하드웨어적 말썽은 하나도 없이 잘 돌아갔었다. 신형보다 느렸지만, 처리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윈도우와 리눅스를 장착해 봤고, 집에 텔레비전이 없을 때는 TV의 역할도 했었다. 전성기 때는 2~3일 밤 샘 작업을 할 때도 재부팅한번 없이 꾸준히 버텨줬던 놈이다.
사실 진작에 millennium을 업그레이드를 해주고 싶었지만, 비운의 램인 rd-ram(당시 성능은 가장 뛰어난 램이었지만, 가격이 비싸 대중화 되지 못하고 rd-ram을 지원하는 보드 마저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운의 램이라 부른다) 1G를 장착하고 있던 놈이라 더이상업그레이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보드, CPU, RAM, 케이스와 3.25 디스크장치는 모드 10년 동안 꾸준히 버텨준거다. 그 사이 CD/DVD 장치, 파워, 하드디스크, 그래픽 카드, 랜카드, 모조리 몇 번씩 바뀌어 갔지만, 핵심 부품들은 한치의 흔들림없이 10년을 버텨줬다.

다음 주면, 드디어 millennium도 일부 장기 이식하는 절차를 거쳐 이 집을 떠나갈 듯 싶다.
10년의 정 때문에 이별이 아쉽기는 하지만 더 이상 붙잡을 수도 없게되었다.

전원선을 뽑으면서 10년 동안 계속 켜져있던 보드의 작은 녹색불이 꺼지는 거를 보고 마음이 찡했다.
"그동안 고생했다. millennium"

댓글 3개:

  1. 정말 기분이 메롱이군요..

    슬퍼하면서도 장기이식 할 껀 다할꺼면서.. 쿡쿡쿡..

    의외의 모습을 보고 갑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업글한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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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문적 내용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내용을 잘 섞은 훌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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